

추수밭
앨리슨 J. 퓨
김재경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마지막 직업
‘연결노동’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사람 대신 AI가 사용되면서 우리는 단순히 특정 ‘직종’을 잃는 것을 넘어 ‘일하는 방식’을 잃고 있다. 그것은 상호 소통과 공감, 이해에 바탕을 둔 ‘사람을 대하는 일’로서의 ‘연결노동connective labor’이다.
《사람의 마지막 직업》은 상담사, 의사, 교사, 관리자 등 수십 가지 직업군이 수행하는 연결노동의 현장에서 기술의 침투가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그로 인해 우리의 일터가 마주할 미래란 무엇인지 노동자 100여 명과의 인터뷰로 조명한다. 끊임없는 경쟁의 압박 속에서 획일화된 시스템이 우리의 직업 세계에 일으킨 상처를 다각도로 짚는 이 책은 연결노동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직업’임을 수많은 목소리로 증명해낸다.
<출판사 서평>
“편리할수록 외로워지는 시대,
노동은 어떻게 ‘사람의 온기’를 회복하는가?”
자동화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마지막 방법
AI의 파도 앞에서 연결노동이 증명한 인간의 의미
“우리는 특정 직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잃고 있다”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켜내는 마지막 직업, 연결노동
언제부턴가 마트에서 ‘셀프계산대’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음식점에서 종업원을 부르는 대신 키오스크로 상품을 주문하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사람이 아닌 앱을 통해 전달하며, 은행원을 마주하지 않고도 앱 서비스를 통해 자산을 관리한다. 이같이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들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읽기 위해 꾸준한 소통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 세계에도 AI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가르침 대신 콘텐츠가 제공되고, 의사들은 환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즉각적인 처방을 내리며, 상담사들은 앱에서 매뉴얼과 대본에 따라 자동화된 응답만을 내놓는다.
사람 대신 AI가 사용되면서 우리는 단순히 특정 ‘직종’을 잃는 것을 넘어 ‘일하는 방식’을 잃고 있다. 그것은 상호 소통과 공감, 이해에 바탕을 둔 ‘사람을 대하는 일’로서의 ‘연결노동connective labor’이다. 《사람의 마지막 직업》은 상담사, 의사, 교사, 관리자 등 수십 가지 직업군이 수행하는 연결노동의 현장에서 기술의 침투가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그로 인해 우리의 일터가 마주할 미래란 무엇인지 노동자 100여 명과의 인터뷰로 조명한다. 끊임없는 경쟁의 압박 속에서 획일화된 시스템이 우리의 직업 세계에 일으킨 상처를 다각도로 짚는 이 책은 연결노동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직업’임을 수많은 목소리로 증명해낸다.
“기술이 편리할수록 ‘사람의 위로’가 더욱 절실한 이유”
‘장인의 기술’로서 연결노동이 갖는 인간다움의 증거들
1~4장에서는 자동화 시대에 연결노동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가치란 무엇인지 전한다. 그 어느 때보다 쉽고 빠르게 기술로 연결되는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은 마치 ‘목 없는 기병’마냥 사회 곳곳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를 ‘탈개인화depersonalization’ 현상으로 포착한다. 기술은 끊임없이 개인을 타깃으로 삼아 그들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정작 개인의 모든 욕구와 필요는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환원되어 정보의 다발로 흡수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개인성과 독자성은 공중 분해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그리고 이 같은 흐름에 맞서 ‘재개인화re-personalization’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은 연결노동을 통한 사회적 친밀감의 회복을 제시한다. 전직 저널리스트이자 현직 사회학자로서 저자는 연결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꼼꼼히 살피며 그들이 인종이나 성별의 경계를 넘어 개인 대 개인으로서 어떻게 깊은 공감과 위로, 깨달음과 성찰에 이르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러한 연결의 과정에서 온갖 오해와 실수, 갈등이 일어나지만 저자는 이 고통스러운 순간마저 서로에게 존엄을 세우고, 목적을 부여하며, 이해에 다다르기 위한 ‘인간적인’ 노력임을 강조한다.
연결노동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장인의 기술(몸과 감정의 언어, 협력, 즉흥성, 실수의 수정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직업 현장에서는 AI 시스템의 도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앱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실리콘밸리 실험학교에서 교사가 ‘콘텐츠 전문가(지식 전달자)’와 ‘조언자(상담사)’로 이분화되어 있음을 목격한다. 효율성의 논리에 따라 연결노동이 분리 또는 해체되는 과정을 살피면서 저자는 ‘연결노동의 자동화’를 정당화하는 세 가지 주장(없는 것보다는 낫다, 인간보다 낫다, 함께해야 낫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장 및 실천의 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연결노동의 은폐화, 데이터 업무의 과중화, 인간의 기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고발한다.
“연결은 어떻게 개인을 넘어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가”
지속 가능한 연결을 위한 ‘협력의 사회구조’를 만드는 법
5~8장에서 연결노동을 향한 이 책의 눈은 개인을 넘어 사회로 뻗어나간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의사 루시가 산골 마을에 들어가 의료를 펼치는 과정을 살피며 저자는 소수의 인원이 사명감으로만 일하는 사회구조가 노동자와 환자 모두에게 심각한 부담을 지우고 있음을 발견한다. 또한 수익을 중시하는 기업형 사회구조, 그중에서도 플랫폼 산업에 종사하는 연결노동자들이 일회용 소모품으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준다.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결노동자들 역시 사실상 ‘하인’의 처지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경제적 양극화가 심각해질수록 부유층은 하위 계층의 사람들에게서, 하위 계층은 앱이나 AI를 통해서 연결 서비스를 구매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연결 업무의 대본화, 표준화, 계량화를 마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듯 보여준다. 저자는 자동화 시스템이 평균적으로 연결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간의 단축을 이루어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연결노동의 질을 떨어뜨려 정량적 업무의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아울러 마음을 읽고 읽히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복잡한 관계를 살피며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상처에 연결노동자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진정한 치유를 위해 필요한 ‘목격자’의 자세란 무엇인지 구체적인 사례로 소개한다.
이 책은 연결노동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사회구조에 대해서도 모색한다. 소수의 노동자가 막대한 업무를 맡는 기존의 시스템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실제 조직의 사례를 보여주고, ‘인간다운 연결노동’에 필요한 것들로 ‘관계적 설계’, ‘연결문화’, ‘자원 분배’를 제시한다. 연결노동자들이 서로 ‘지시하는 존재’가 아닌 ‘돌보는 존재’로서 리더ㆍ멘토ㆍ동료의 역할에 충실하고, 상호 공감을 바탕으로 감정의 협력을 강화하는 조직 문화를 세워나가며, 물질적 자원 중 특히 시간을 ‘고밀도 접촉’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이 모든 ‘관계 중심의 연결 방식’이 노동자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그 혜택은 조직을 넘어 사회적 수준에서 ‘정신건강 증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의 평범한 선택이 인간의 미래를 결정한다”
헤드폰을 끼고 있을 것인가, 지금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
앞에서 언급한 ‘셀프계산대’가 무색하게, 네덜란드에서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구호 아래 계산원과의 소통을 유도하는 ‘대화형 계산대’가 다시 도입되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수없이 많은 연결노동이 눈앞에서 지워져 왔음에도, 많은 사람은 여전히 연결노동을 통해 자신이 지역과 커뮤니티, 사회에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욕망은 생각보다 꽤 강력하다. 개인주의를 넘어 알고리즘의 시대로, 그리고 AI의 시스템의 가속화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결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순간에도 ‘대화를 피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최대한 자신의 일을 빨리 처리’하려는 문화적 경향에 대해 우려한다. 개인 간 연결을 단절시키고 인간의 고립을 자초하는 자동화 시스템의 흐름에 그대로 따르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담아낸 각계각층의 노동자 수백 명의 목소리는 우리가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음을 증거한다. 또 AI가 치워버리려 하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이미 인간다움의 결정체이다. 아울러 또다른 연결노동의 수행자로서 저자가 보여준 바와 같이 사람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AI의 일직선 답변보다 훨씬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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