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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윈만
김소희
홍콩 출신 소설가 정윈만의 첫 국내 출간작 《유심인》이 2026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온 도시, 홍콩 사람들의 삶을 다룬 작품이 시대와 장소를 넘어 보편적인 울림을 지닌 소설로 인정받은 것이다.
《유심인》은 장국영의 노래와 영화 제목을 각 수록작의 제목으로 빌린 열세 편의 초단편 소설집이다. 정윈만은 '작가의 말'에서 '처음에는 단순히 어린 시절의 우상을 기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장국영’이라는 이름은 단지 한 명의 가수, 배우, 연예인, 혹은 스타를 지칭하는 데 그치지 않았고 오히려 수많은 이의 마음속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 ‘홍콩’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333p)고 말한다. 장국영은 홍콩 황금기의 아이콘이자 도시의 불안과 소외를 함께 품었던 존재로서 소설에 직접 등장하거나 이야기의 중심 소재로 쓰이지 않지만, 그의 노래는 소설 속 하나의 선율처럼 흐르며 인물들의 일상에 조용히 스며든다. 이처럼 《유심인》은 장국영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그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정서를 통해 홍콩이라는 도시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네온사인 불빛이 가득한 홍콩이 아닌 흐리고 축축한 바람이 흐르는 도시로 독자를 이끄는 것이다. 정윈만은 저마다의 이면을 가진 인물을 통해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버티듯 살아가는 이들에게 느리지만 분명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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