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씨
올리비에 코르텐 , 피에르 클랭
이수진
“국제법은 필요 없다”는 트럼프의 호언처럼, 오늘날 국제법은 강대국의 전횡과 전쟁의 야만 앞에서 끊임없이 무력함을 시험받고 있다. 힘의 논리가 법을 압도하는 현실에서 국제법은 때로 강자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야만으로의 회귀를 막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국제법은 단순한 조문 체계가 아니라, 평화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 했던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자 세계 시민의 공통어이다.
그래픽노블 《국제법의 역사》는 15세기부터 최근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500여 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특히 낙관론자 남편과 회의론자 아내라는 두 캐릭터의 논쟁을 통해 국제법을 문명의 열쇠로 보는 윤리적 시각과 권력의 도구로 보는 정치적 시각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묘사한다. 저자들은 국제법이 식민 지배의 방패막이가 되었던 어두운 이면을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의 단서를 포착한다. 이 책은 승자들의 각축전 너머, 여성과 소수민족 등 “나머지 세계”가 자신의 권리를 쟁취해온 여정을 촘촘히 기록하며, 폭력의 연쇄를 끊어낼 지혜를 건네고 있다.
<출판사 서평>
세계 시민을 위한 국제법 그래픽노블
무질서의 약육강식으로 가득한 세계를 지켜낸 ‘국제법’ 이야기
야만의 시대, 국제법은 여전히 유효한가?
국제법의 역설에서 평화의 단서를 찾다!
“나는 국제법이 필요 없습니다.”
2026년 1월, 이란 공습을 앞두고 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이다. 국제법 위반 및 전쟁범죄 가능성에 대한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지속되던 미국의 군사행동은 임시 휴전이라는 아슬아슬한 대치 속에 ‘잠시’ 멈춰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공격을 강화했고,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에서 울리는 포성도 여전하다. 강대국의 전횡과 전쟁의 야만 앞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국제법이 전쟁을 막고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가? 국제법은 강자의 도구인가, 약자의 무기인가?
힘의 논리가 법을 압도하는 현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제법마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해보라. 히틀러가 1933년 국제연맹을 탈퇴하고 트럼프가 2026년 수십 개의 국제기구 탈퇴 결정을 내린 것도 국제법이 지닌 힘을 두려워했기 때문이 아닐까. 국제법의 가치는 인류가 야만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세계를 지탱해온 보루라는 점에 있다. 국제법은 조문의 나열이 아니라, 평화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 했던 오랜 투쟁의 기록이다. 또한 무역 규범에서 기본권 보호, 젠더와 인종,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세계 시민의 삶 곳곳에서 작동하는 준칙이자 공통어이다. 국제법의 한계를 직시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폭력의 연쇄를 끊어낼 단서를 찾아내는 지혜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텍스트와 그림, 과거와 현재, 윤리와 정치가 교차하는 역사적 파노라마
《국제법의 역사: 살라망카에서 관타나모까지》는 500여 년에 걸친 국제법의 역사를 그래픽노블에 담아낸 역작이다. 법이 종교에 종속되었던 15세기부터 유엔 안보리 개혁 논쟁을 촉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공존과 규율의 질서를 세우려는 국제사회의 치열한 분투를 추적한다. 국제법 학자의 통찰이 역사와 정치, 인류학, 법학 등이 교차하는 세계 질서의 이면을 꿰뚫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수많은 사건과 인물을 입체적으로 되살려낸다. 특히 낙관론자 남편과 회의론자 아내가 관찰자로 등장해 벌이는 논쟁은 이 책의 핵심이다. 부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국제법이 ‘신의 의지’와 ‘국가의 의사’를 지나 ‘보편적 인권과 지구적 협력’이라는 현대적 가치로 이행하는 과정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비판적으로 읽어낸다.
두 인물의 논쟁은 국제법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투영한다. 법을 진보와 문명의 열쇠로 보는 윤리적 관점과 국가 간 권력 행사의 수단으로 보는 정치적 관점이 그것이다. 국제법은 이 두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며 전진해 왔다. 이러한 긴장 관계는 국제법이 늘 정의의 편에 서지는 않았다는 진실을 드러낸다. 저자들은 아프리카의 직선 국경선이나 식민 지배의 정당화 등, 국제법이 강대국의 방패막이가 되었던 어두운 역사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그러나 서문을 쓴 필립 샌즈의 말처럼 “언제나 희망을 위한 자리는 남아” 있다. 국제법은 뼈아픈 한계를 노출하면서도, 끊임없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 책은 승자들의 각축전 너머, 여성과 노예, 소수민족 등 “나머지 세계”의 존재들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온 여정 역시 촘촘하게 기록하고 있다.
왜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는가 - 역사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왜 브라질은 주변 남미 국가들과 달리 포르투갈어를 쓰는가?” 이 질문의 핵심에는 1494년 체결된 ‘토르데시야스 조약’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해양 강국이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서양 한가운데 수직선을 그어 세계를 양분하는 과정에서 대륙의 동쪽 끝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영역에 포함되었다. 몇백 년 전 종이 위에 그어진 선이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의 언어 지도를 결정지은 것이다. 저자들은 이처럼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국제법이 과거의 합의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현실과 문화를 규정하는 실체적 힘이자 설계도임을 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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