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북스
스티븐 M. 길런
박재영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부터 조지 H. W. 부시까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대통령들은 어떻게 미국을 이끌었는가
전쟁이 전후 세계에 드리운 명암을 탐구한 걸작!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통과하며 미국 대통령이 된 일곱 명의 인물-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 레이건, 부시-의 삶과 리더십을 조명한다. 진주만의 화염과 노르망디의 절벽, 태평양의 거친 파도 속에서 이들은 생사의 순간을 넘나들었고, 이때의 경험들이 훗날 백악관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쟁의 기억으로 전후 미국이 만들어졌다는 존 F. 케네디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전쟁 경험이 전후 대통령들의 리더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래서 전후 미국사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었는지를 섬세하게 엮어낸다. 개인의 미시사를 국가적 거시사로 확장해나가는, 의미 깊은 작업인 것이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저자는 방대한 자료 조사와 생생한 필치로 이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가 공유했던 신념과 트라우마를 파헤친다. 이들이 전쟁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전후 미국의 번영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유화정책은 곧 공멸’이라는 ‘뮌헨의 교훈’에 갇혀 베트남전쟁이라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했다. 전쟁 영웅의 신화 뒤에 숨겨진 인간적 고뇌와 정치적 욕망, 그리고 세계 질서를 재편한 리더십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책은, 혼란한 국제 정세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갈구하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우리를 만든 것은
학교도 부모도 아닌
전쟁의 기억이었다.”
_존 F. 케네디
[1] 불꽃 속에서 깨어난 리더십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공습과 함께 미래의 대통령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바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로 이어지는 전후 미국의 일곱 대통령이다. 저자는 이들이 겪은 전쟁의 순간들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복원한다.
스무 살의 조지 H. W. 부시는 불타는 뇌격기에서 탈출해 식인 풍습이 있는 적의 섬 근처 바다에서 홀로 공포와 싸워야 했고, 존 F. 케네디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동강 난 PT-109 어뢰정의 잔해를 붙잡고 부상당한 부하를 입에 문 끈으로 끌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태풍 코브라가 덮친 구축함 갑판에서 미끄러져 죽을 뻔했던 제럴드 포드, 남태평양의 지루함 속에서 ‘닉의 햄버거 가게’를 열어 병사들의 마음을 얻는 법을 배운 리처드 닉슨,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인류 최대의 도박을 앞두고 실패 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메모를 남몰래 지갑에 넣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고뇌는 리더십의 원형을 보여준다. 반면 전투 경험을 과장해 은성훈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린든 존슨, 할리우드에서 군복 입은 영화를 찍으며 대중에게 영웅 이미지를 각인시킨 로널드 레이건의 이야기는 권력을 향한 그들의 집요한 본능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전쟁은 이들에게 조국에 대한 헌신과 생존을 위한 냉철함, 그리고 무엇보다 리더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뼈저리게 가르쳤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은 미국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균열과 열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저자는 전쟁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가 아이러니하게도 참전 세대 대통령들과 충돌하게 되었음을 짚어낸다. 결국 전쟁은 영웅을 탄생시키도 하였으나, 이들이 해결해야 할 갈등의 씨앗도 함께 가져왔던 셈이다.
[2] 정치 무대 데뷔와 미국의 분열
전장에서 단련된 이들의 리더십, 그리고 교훈과 공포는 백악관에서 발현되었다. 저자는 특히 이들이 공유했던 가장 강력한 신념이자 트라우마인 ‘뮌헨의 교훈’에 주목한다. 1930년대 히틀러에 대한 유화정책이 참극을 불렀다는 기억은, 냉전 시대 대통령들에게 “공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으로 작용했다. 아이젠하워는 ‘도미노 이론’을 설파하며 베트남 개입의 불씨를 당겼고,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2차 대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군부의 무모한 공습 요구를 거부하고 해상 봉쇄를 택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과거의 교훈은 독이 되었는가, 약이 되었는가? 린든 존슨은 “제2의 뮌헨을 만들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에 승산 없는 베트남전쟁을 확대했고, 닉슨은 2차 대전식의 압도적 공습으로 적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광인 이론’에 집착해 전쟁을 장기화했다. 반면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 W. 부시는 패배감에 젖은 미국에 다시금 ‘단순한 영웅담’과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2차 대전의 프레임을 덧입혀 냉전 종식과 걸프전 승리를 이끌어냈다. 책은 전쟁이 이들에게 불굴의 의지를 심어주었지만, 복잡하게 변화하는 세계를 ‘적과 아군’의 이분법으로만 바라보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가 심어준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은 그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베트남의 수렁은 단순히 대외 정책의 실패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깊은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고, 경제적 풍요가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전후의 합의를 산산조각 냈다. 이로써 미국 사회는 ‘매파’와 ‘비둘기파’, ‘기성세대’와 ‘반문화 세대’로 극심하게 분열했다. 위대한 세대가 남긴 ‘승리의 기억’과 ‘뮌헨의 교훈’이 역설적으로 미국 사회의 도덕적 권위를 훼손하고,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정치적 양극화와 불신의 씨앗이 되었음을 저자는 통렬하게 증언한다.
[3] 위기의 시대, 다시 묻는 리더의 자격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세대 대통령의 시대는 1992년 조지 H. W. 부시의 퇴임과 함께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은 오늘날 더욱 강렬한 호소력을 갖는다. 저자는 이 일곱 대통령이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음을 분명히 한다. 그들은 정치적 야망을 위해 전쟁 경력을 과장하기도 했고, 잘못된 역사적 비유에 갇혀 수많은 젊은이를 정글로 내몰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개인의 안위를 뒤로하고 전선으로 향했던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결단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려 했던 자세는 분열과 불신으로 얼룩진 현대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또한 책은 ‘위대한 세대’가 퇴장한 후에도 제2차 세계대전의 유산이 어떻게 현대 미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지 추적한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레이건의 구호를 차용하고 1930년대 고립주의자들의 “미국 우선주의”를 부활시켜 백인 노동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반면 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1930년대 히틀러의 행보에 비유하며 ‘뮌헨의 교훈’을 다시 소환했고, 상륙작전 80주년을 맞아 노르망디를 방문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동맹의 가치를 역설했다. 전쟁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 미국의 외교적 선택과 정치적 양극화를 규정하는 살아있는 렌즈로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무용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시련이 한 인간을 어떻게 지도자로 성장시키는지, 그리고 지도자가 지닌 역사 인식과 트라우마가 국가의 운명을 어떻게 좌우하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텍스트다.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리더십의 부재를 고민하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용기와 책임, 그리고 역사를 마주하는 태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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