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출판사
제임스 롱먼
성소희
“당신이 느끼는 슬픔이 핏속을 흐른다면, 해답도 그곳에 있다”
가족의 우울·조현병·트라우마, 그 대물림을 추적한 제임스 롱먼의 자전적 탐구
ABC 뉴스 국제 특파원 제임스 롱먼은 전쟁터와 극지까지 누빈 화려한 경력 뒤에 깊은 우울을 숨기고 살아왔다. 그리고 그에게 이름을 물려준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홉 살 때 조현병을 앓던 아버지의 자살을 마주한 그는 ‘이 슬픔도 가족력일까?’라는 두려움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롱먼은 각계의 과학자와 임상 전문가들을 찾아가 정신질환이 어떻게 유전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 조사하는 한편, 비슷한 고통을 겪어온 사람들과 가족을 인터뷰하며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마음의 패턴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집안의 저주’라고 믿었던 두려움 너머에 있던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헌신, 주변 사람들의 친절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그는 여정의 끝에서 이야기한다. 슬픔이 유전될 수 있다면, 치유 또한 우리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자전적 회고록이자 정신질환의 유전학에 대한 최신 대중과학서인 이 독특한 책에서 제임스 롱먼은 정신질환을 둘러싼 자신의 아픈 가족사와 개인적 경험을 용기 있게 고백하고, 저널리스트답게 정신질환이 얼마나 유전되는지, 환경적 요인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정신질환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탐사한다.
<출판사 서평>
★아마존 2025 올해의 책
내가 아버지의 정신질환을 물려받았을까?
시리아 사막 지대에서 ISIS 소탕 작전을 취재하던 제임스 롱먼은 테러리스트 잔당의 습격 위협을 받고 현장에서 서둘러 철수한다. 이라크 숙소로 돌아와 그동안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던 중 안전을 걱정하는 친구들의 메시지 사이로 다음과 같은 어머니의 문자를 발견한다. 더는 못 살겠다. 너는 롱먼 집안의 저주를 물려받았어. 너도 네 아버지처럼 병들었잖아.
“어머니가 말한 ‘병’은 우리 아버지의 조현병이다. 아버지는 내가 아홉 살 때 조현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머니가 말한 ‘저주’는 아버지와 똑같이 조현병을 앓았던 삼촌과, 아버지와 똑같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할아버지를 가리킨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전쟁의 최전선에서 에베레스트산과 남극의 야생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0여 개국의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ABC 뉴스의 유명한 국제 특파원-제임스 롱먼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이와 같은 인상적인 서두로 시작한다. 겉으로 보이는 아드레날린 넘치는 삶과 달리, 그 자신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는 자신의 원인 모를 슬픔이 아홉 살 때 자살한 아버지에게서 연유한 ‘가족력’일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혹시 아버지의 정신질환이 자신에게도 유전된 것은 아닐까?
롱먼은 아버지의 부고를 처음 듣던 순간과 장례식 날의 풍경,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소소한 추억 등을 담담히 회상하며, 이제껏 가족의 비밀에 부쳐두었던 아버지의 정신병과 자살의 진실을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죽음과 이 사건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리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겪은 우울 증세가 아버지와 상당히 관련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았을까 봐 걱정스러운 유전적 특성이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되살아난 것 같았다.” “나의 애도 과정은 아버지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찾는 일이었다. 무엇이 아버지의 질병을 일으켰을지, 어떻게 하면 그 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나의 애도였다.”
롱먼은 30년 전 아버지의 진료기록과 주치의와의 만남을 통해 아버지의 증상과 치료 과정을 조사하고, 비슷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과 가족들을 만나 경험담을 공유하고, 각 분야의 과학자들과 의사들을 통해 병에 대한 사실과 오해, 유전 가능성 등을 알아본다.
이 책은 주로 세 가지 정신질환 즉 조현병, 우울증, 양극성장애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는데, 세 질환은 비록 여러 증상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질병들로, 우울증이 더 심해지면 조현병이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조현병은 대체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증상이 활성화되는데, 환청이나 환각을 경험하고, 편집증이나 망상에 빠지며, 그 탓에 때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롱먼의 아버지도 “반쯤 종교적인 경험, 사물을 더 깊이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동반한 짧은 정신증 증세… 시각적, 후각적 환각… 급성 편집증과 공포” 등의 증세를 보였다.) 전전두피질과 뇌의 나머지 영역 사이의 연결, 특히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을 담당하는 부위와 내적 동기를 담당하는 영역 사이의 관계가 손상되어 이러한 환각과 편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는 (미디어에서 과장된 이미지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며 불치병이라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폭력의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되기 쉬우며,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으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
COPYRIGHT © 2018 BARUN MEDIA CO.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