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드웨이
차타니 마사유키
박세미
AI 시대, 결국 만드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시리즈 누적 판매량 5억 대 돌파
게임 산업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바꾼 플레이스테이션
초대 플레이스테이션 출시 멤버이자
해당 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를 역임했던
어느 개발자의 ‘창조력 강의’
그가 평생의 내공으로 전하는 실전 비즈니스 노트
전자제품 회사였던 소니가 게임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 지금과 같은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니 내부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그룹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게 아니라 별도의 합작 회사 형태에서 만들어진 게임기다. 결과는 어땠을까?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는 소니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했고,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5억 대를 돌파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가정용 비디오 게임 콘솔 브랜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정통 개발자 출신이자 초대 플레이스테이션 출시 멤버였던 저자는 16년간 이 시리즈의 기획과 플랫폼 개발, 신규 사업 기획 및 운영을 담당했고, 플레이스테이션 사업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7년간 일했다. 그는 어떤 마음가짐과 사업적 신념으로 이 게임기를 탄생시켰을까? 그는 아찔할 만큼 치열한 세상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어 할까? 소니 퇴사 이후 라쿠텐에서 대화형 인공지능을 개발하기도 했던 저자 차타니 마사유키는 지금 AI 시대를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전하고 싶어 할까?
답은 ‘만들어내는 사람’에 있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은 결국 AI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책에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창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90가지의 사고방식과 실천법이 명료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제시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추상적 이론이나 비즈니스적인 ‘정답’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런 것만을 따졌다면 애초에 플레이스테이션은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저자의 수많은 경험과 오랜 통찰, 구체적인 조언을 들어볼 차례다. 그가 평생의 내공으로 전하는 ‘창조하는 힘’의 비밀에 빠져보자.
<출판사 서평>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개발 책임자가 평생의 내공으로 전하는,
‘창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90가지의 금언(金言)
미래는 창조하는 사람의 것이다
“당신은 AI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AI에 이용당할 것인가?”
게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전 세계 게임 산업의 매출 규모는 영화와 음악을 합친 것의 세 배에 달한다. 게임은 인간을 매혹하고, 몰입하게 하고, 중독시킨다. 많은 사람들의 유년기를, 그리고 평생을 지배한다. 슈퍼 마리오와 라라 크로프트, 앵그리버드와 피카츄 같은 캐릭터들은 그 자체로 한 시대의 문화와 분위기를 상징한다. 마치 살아있는 아이콘처럼.
대체 게임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높은 완성도의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 그와 어울리는 영상과 음악, 반복적인 숙련, 어려운 미션에 도전하고, 또 그것을 달성하고, 혹은 나처럼 그 게임에 빠진 누군가와의 대결에서 이겨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모두 훌륭한 게임을 완성하는 요소들이다. 게임은 그 다채로운 요소들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콘솔 혹은 PC와 스마트폰)로 묶어낸 기술적 성취다. 그래서 게임은 테크놀로지와 엔지니어링과 아트가 결합된 종합 예술이라고 불린다. 첨단 기술의 그릇 안에 담긴, 온갖 ‘아트적인’ 것들로 무장한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는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 일단은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 전 세계에서 누적 5억 대 이상이 판매되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콘솔이 됐다.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변화를 불러왔다. 플레이스테이션은 1990년대 중반 롬 카트리지가 아니라 CD-ROM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게임 시장에 확고하게 정착시킨 ‘게임 체인저’이기도 했다. 기술적인 부문은 말할 것도 없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뛰어난 연산 기능은 일찍부터 정평이 나있었다. 이 게임기를 여러 대 연결해 슈퍼컴퓨터로 사용하던 미국 공군과 소니는 실제로 소송전을 벌인 일이 있다.
바로 그 플레이스테이션의 출시 멤버이자 그 사업부의 최고기술책임자를 7년간 지낸, 정통 개발자 출신인 차타니 마사유키가 말한다.
“만드는 사람에게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스스로 재미를 찾아 일을 만들고 그 길을 좇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리어가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창조적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좋다. 우선 ‘상상’부터 시작해 보자. 머릿속의 생각이 구체적인 기획이 되고, 기획은 현실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나 역시 어린 시절 품었던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이 결국 소니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만들어내는 결실로 이어졌다.”
플레이스테이션의 화려한 성공과 달리 너무 단순하고 소박한 조언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창조하는 인간의 시대』의 중요한 메시지는 위의 조언에 다 담겨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시도하라, 그리고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을 멈추지 말라.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소니 경력 30년을, 특히 16년간 플레이스테이션 사업을 이끌었던 그 평생의 내공을 차근차근 털어놓는다. 무엇보다도 AI 시대,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하여 친절하고도 명료하게 조언한다.
차타니 마사유키는 우리에게 ‘창조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사고방식과 실천적인 방법을 전한다. 총 90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진 이 책에는 놀라운 것이 가득하다. 그는 담담하고 꾸밈없는 어조로 말하지만, 그의 말은 우리가 일에 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지점을 힘 있게 건드려준다. 메시지는 단순하되, 책 안의 사례와 조언들은 아주 생생하고 디테일하다. 『창조하는 인간의 시대』는 그저 그런 경영학 서적과는 다르다. 이 책은 정답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이론을 설파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오랫동안 경험하고 통찰한 바를 진솔하게 담은 고백록에 가깝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예컨대 차타니 마사유키는 30년 전 소니에 처음 입사했을 때 손 글씨 인식 알고리즘 개발팀에 배치됐고, 이후 미국에서 컴퓨터 그래픽(CG)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공부하고 돌아왔다. 당시 인공지능은 첨단 기술로 불렸지만 아직 그 잠재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CG는 더했다. 그때까진 마이너로 취급받던 기술이었기에 주변에서는 자신이 하는 연구를 의아하게 여기는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예 사무실이 도쿄 중심가에 위치한 소니 본사와 소니 뮤직(두 회사가 합작해 만든 자회사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개발했다) 사무실과는 꽤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비주류’의 길을 충실히 걸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자신만의 독보적인 역량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으며, 자신이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끼며 깊이 파고들었던 그 전문성은 시간이 지나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었다고. 회사의 ‘변두리 사업’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은 어땠을까? 발매 3년 만에 영업이익 1,000억 엔, 7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을 기록했다. 지금은 소니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넘는 핵심 중의 핵심 사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을 위한 말’을 나열하지 않고, 우리의 상식을 비틀면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예측하는 대로 예측하는 방식을 거부했기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성공시킨 인물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자처럼 우리도 (플레이스테이션까진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재미를 느끼는 일을 좇고, 남다른 사람에게서 배우며, 뚝심 있고 묵묵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그 이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오히려 ‘괴짜’와 같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창조적인 인재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기계처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컴퓨터나 AI가 담당하는 대신 인간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며, 사람들과 공감하는 등 더욱 비정형적이고 창의적인 영역에서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AI에 관해서 말할 차례다. 저자가 인용하듯,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는 후배들에게 “항상 뼛속까지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을 남겼다. 차타니 마사유키는 누구보다도 그 말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 모두가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AI는 결국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생각을 구체적인 기획으로 옮겨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그 상상을 구체화하는 과정이야말로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창조적 활동이며 예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불안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저자 역시 앞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임을 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Winner Takes All)’ 오늘날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시장의 1위와 2위 이하 후발 주자들 사이의 격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극소수의 테크노 엘리트를 제외한 사람들은 앞으로 무슨 일로 밥벌이를 해야 하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AI가 열어젖힐 불확실한 앞날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저자는 뼛속까지 긍정적이다.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즉,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며, 사람들과 공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우리는 AI에게 이용당하고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AI를 사용하고 가르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5년, 10년 후를 내다본다면 AI를 ‘가르치는 사람’과 AI로부터 ‘배우는 사람’으로 인류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회가 찾아올 것은 분명하다.”라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대체 어떻게? 저자에 따르면 끊임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상하고, 자기 일의 목표를 상기하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또 데이터와 지식과 상식과 원칙(그런 것은 AI의 전문 영역이다) 같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오로지 스스로의 경험과 직관과 지혜의 힘으로 세상과 부딪히는 것도 필요하다. 남이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라. 당신이 그에 관해 오래 고민하고 그 고민을 구체화할 플랜을 세웠다면. 1995년, 일본 카메라 제조사인 카시오(CASIO)가 디지털카메라에 큼직한 액정 화면을 달아 시장의 판도를 바꿨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카메라의 작은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는 게 당연했다. 카시오의 모험적인 도전으로 업계의 ‘표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차타니 마사유키는 우리에게 뷰파인더를 없앨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촉구한다. 우리가 소니 창업 초기의 그 유명한 채용 공고 카피처럼 ‘튀어나온 못’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어떻게 이 AI의 풍랑 속에서 ‘튀어나온 못’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게으른 사람이 좋은 개발자가 된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수많은 단순 반복 작업이 포함된다. 누구나 귀찮게 느끼는 일이지만, 특히 더 귀찮아하는 사람일수록 이를 자동화하거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우스개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자는 스스로의 마음속 열망(‘귀찮아 죽겠다’)에서 출발하고,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배짱과 도전 의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사람에게 그런 두둑한 마음은 필수적이다. 만들어낸다는 건 아직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새롭게 가져다 놓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없는 것’에 대해서 온당하게 평가할 수 없다.
위의 인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결코 딱딱하고 거창한 경제경영 서적이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역대 시리즈의 기획과 개발 일선에 참여하고 오랫동안 사업을 총괄해 본 저자의 비즈니스적 통찰은 이 책을 즐기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예컨대 소니에는 오래전부터 “일은 가장 바쁜 사람에게 맡겨라”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일이 몰리는 사람은 업무 효율을 고민하고 기존의 결과물을 재활용할 방법을 찾고, 그러면 좋은 결과를 더 빨리 낸다. 우리 누구나 회사나 조직에서 실감하곤 하는 선순환이다.
“일이란 일 자체에 헌신하는 것”이라는 말은 어떨까. 사람이나 다른 부차적인 게 아니라 일 자체에 집중해야 일이 잘 풀리는 것을 꿰뚫는 한마디가 아닌가? “다른 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무너지느니, 차라리 우리 스스로 기존의 관습을 깨는 편이 낫다”는 말, 저자가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자주 했다는 이 말도 타성에 젖기 쉬운 회사의 생리를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여러 회사를 넘나드는 이직이 꼭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 고령화사회는 오히려 사업적인 기회로 가득하단 것, 직원이든 경영자든 프리랜서든 모두가 경영자의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 잡담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며, 동료는 당신의 중요한 인프라라는 것,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사용자는 어린이와 같다”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등 독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으로 빼곡하다.
앞서 이 글에서는 “이 책에는 놀라운 것이 가득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놀랍다는 건 패턴화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무언가의 본질과 진실을 깊이 건드리고 있다는 뜻과 같다. 그것은 인간과 AI와의 본질적인 차별점이기도 하다. 아직은(바라건대 언제까지나), 오직 인간만이 놀라울 수 있다. 훌륭한 게임도 놀라울 수 있다. 훌륭한 책도 물론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창조하는 인간의 시대』는 진정 놀라운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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