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O북스
안트예 라비크 슈트루벨
이지윤
2021 독일 도서상 수상작
한 여성의 트라우마를 통해 동시대 유럽의 가장 깊은 균열을 파고들어
침묵 당한 목소리를 길어 올리다
2021년 독일 도서상(Deutscher Buchpreis)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은 안티에 라비크 슈트루벨의 장편소설 『푸른 여자』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성폭력으로 '내면의 망명' 상태에 빠진 한 여성의 위태로운 여정을 좇는다. 동시에 개인의 상처가 동시대 유럽의 지정학적 균열 속에서 어떻게 발화되고 침묵되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작가의 정교하고 시적인 문장은 인물의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존재가 지워진 세상의 한가운데,
상처 입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을 되찾는 눈부신 내면의 연대기
거대 담론 속 부유하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
사라진 목소리, 지워진 존재…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체코의 작은 마을 출신 아디나. 그녀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독일에서 인턴십을 시작하지만, 한 유력 인사에게 당한 폭력으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누구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아디나는 스스로를 지운 채 핀란드 헬싱키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다정한 지식인 레오니데스의 보살핌을 받지만,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언어를 잃어버린 그녀는 과거에 갇힌 채 더 깊은 고독으로 빠져들 뿐이다.
‘푸른 여자’가 나타난다, 현실과 신화가 교차하는 독특한 서사 구조
소설은 아디나의 현실을 따라가다 예고 없이 ‘푸른 여자’의 신비로운 이야기와 독자를 마주하게 한다. 두 개의 소설이 동시에 진행되는 듯한 이 독특한 구조는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선 ‘푸른 여자’는 아디나가 겪은 고통의 기억 그 자체다. 또한 그녀가 차마 내뱉지 못하는 목소리를 대신하는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작가는 ‘푸른 여자’라는 신화적 장치를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트라우마의 속성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트라우마가 어떻게 한 인간의 내면을 조각내고 재구성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독자는 아디나의 현실과 ‘푸른 여자’의 신화를 오가며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을 맞추어 나간다. 이 고통스럽고도 경이로운 과정은 곧 치유의 여정이 된다. 이는 단순한 서술을 넘어, 트라우마의 본질을 작품의 구조로써 탐구한 대담하고 성공적인 문학적 시도다.
개인의 서사, 동시대 유럽의 풍경과 조우하다
이처럼 지극히 내밀한 아디나의 여정은 동시대 유럽의 보이지 않는 권력과 섬세하게 조우한다. 그녀의 투쟁은 동유럽과 서유럽, 남성과 여성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 속에서 한층 복잡한 결을 띤다. 작가가 8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이유다. 한 개인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면서도, 그를 둘러싼 세계의 풍경을 놓치지 않는 다층적 서사를 완성해냈다. 가장 깊은 내면의 탐구가 어떻게 우리 시대의 초상이 되는지를 증명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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