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
오규 가미유
이정미
"때로는 의사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환자와 마주해야 한다"
환자와 의사, 우선순위와 희생자, 마음과 질병…
정신과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모순에 관한 이야기
『윤리적인 사이코패스 - 어느 정신과 의사의 사색』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시인인 오규 가미유가 10년간의 임상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성찰을 기록한 임상 에세이다. 환자의 삶을 가까이 마주하며 ‘의사로서의 역할’과 ‘한 인간으로서의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고민해야 했던 순간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솔직하게 담아냈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모두 짊어질 수도, 완벽히 외면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차라리 윤리적인 사이코패스가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모든 환자의 상처를 끌어안아 무너지는 대신, 불가피하게 누군가의 고통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더라도 ‘다시 돌아와 성찰할 수 있는 태도’를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윤리적인 사이코패스』는 단순히 정신과 의사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트리아지(우선순위를 위한 응급 환자 분류 체계)”라는 냉정한 판단의 이면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저자의 사색은 결국 누구나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관계에서, 직장에서 혹은 가족 안에서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윤리적 딜레마’를 마주한다. 이 책은 그 순간들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서야 하는지를 잔잔하게 되묻는다.
날카로운 통찰과 시적인 문장이 오가는 그의 글은 단순한 임상 기록을 넘어, 한 인간이 어떻게 자기모순을 껴안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 상담사, 그리고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 “나는 윤리적인 사이코패스가 되고 싶다”
임상과 일상 사이를 오가며 써 내려간
정신과 의사의 유머러스하고도 진솔한 심리 에세이
보통 ‘사이코패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타인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연상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사이코패스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 곰곰 살펴봐도 ‘사이코패스’라는 단어와 ‘정신과 의사’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의미를 다른 관점에서 헤아려본다. 사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순간마다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을지 모른다고.
“하루에 약 5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매번 이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내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할 것이다. 이럴 때는 ‘사이코패스’적으로 생각하며 정신 건강을 보호하곤 한다. 환자의 마음을 ‘병’으로 다루거나 특정 범주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직접적으로 그 감정과 맞닥뜨리지 않는 것이다. 결국 사이코패스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모든 환자의 마음을 공평하게 다루기를 포기하고 내 시간과 체력을 최적화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사회적 업무인 진료를 완수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환자 개개인을 최선을 다해 진찰하였느냐는 질문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 본문 中
책의 제목인 ‘윤리적인 사이코패스’는 저자가 의사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리킨다. 정신과를 찾는 모든 환자의 정서적 고통을 이해하려 하면 의사의 심신이 먼저 지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사람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정서적 상처를 부차적으로 두는 것’, 이른바 ‘사이코패스적’ 행동이 필요하다. 저자는 진료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사이코패스적인 냉정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환자의 마음과 자신만의 윤리를 되돌아본다. 이성적인 판단 뒤에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환자들을 재차 검토하고 살피는 ‘윤리적인 사이코패스’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임상과 일상을 오가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저자는 단순한 자기반성에 머물지 않고, 10여 년 동안 정신과 의사로 살아오며 마주한 환자들의 삶과 그 곁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까지 깊이 해찰한다. 환자의 고통과 마주하는 의사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겪은 갈등과 회복의 시간을 솔직하게 기록한 이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공감과 깊은 위로를 건넨다.
▶ 상담 대기실에서 불안에 떨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때
의사가 어떤 얼굴로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국민은 73.6%로,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2030 세대에서도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초진을 예약하거나 상담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병원 문을 두드리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처음 진료를 앞둔 환자라면 낯선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긴장과 불안, 걱정이 뒤섞인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의사가 나를 어떻게 볼까?”,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까?” 하는 두려움은 누구나 마주하는 첫 관문이다.
『윤리적인 사이코패스』는 바로 그 순간을 함께하는 책이다. 상담 대기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독자에게 정신과 의사가 차트를 들여다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시선으로 환자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의학적 사례를 나열하는 대신, 정신과 의사가 일상에서 환자를 대할 때의 고민, 그리고 치료 현장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상담을 고민하는 이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내고, 아직 망설이는 이들은 안심과 격려를 건네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성과 따뜻함을 동시에 담아낸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과 상담을 향한 첫걸음이 한결 가볍고 단단해진다. 『윤리적인 사이코패스』는 마음의 문을 열기 전,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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