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라자
사소 쿠니타케
유민
도시, 자본주의, 스마트폰 세상을 벗어나니 비로소 보였다.
내 여백의 시간을 훔쳐간 ‘시간 도둑’이.
그래서 나는 그 도둑맞은 시간을 되찾기로 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최대한 생산적으로 쓰기 위해 애쓴다. 저자 역시 그랬다. 10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4~5건의 회의를 소화했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메시지에 답하며, 틈틈이 SNS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나버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생산적인 삶’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여분의 시간을 만들려 할수록 도리어 일은 더 늘어만 갔고, 계속 시간에 쫓겼던 것이다. 급기야 ‘내 삶 어딘가에 시간 도둑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은 저자의 삶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가족과 함께 도쿄 근교의 가루이자와로 이주해 자연 속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시도한 것이다. 도시를 벗어나자, 왜 그동안 시간 부족에 허덕였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생산성을 높이면 나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믿음은, 사실 자본주의 경쟁 속에서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며 생긴 착각이었다. 이후 저자는 ‘트랜지션(전환)’이라 부르는 내적 변화를 통해 시간의 ‘주어’가 되어 나만의 리듬으로 사는 법을 배웠고 그 여정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은 결코 이주 예찬서가 아니다. 저자가 강조하듯 이주는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 또한 시간을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 삶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 끝없는 생산성 추구에 회의를 품은 사람, 그리고 인생의 전환점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출발선이다. 이제, ‘시간 도둑’에게 빼앗긴 삶의 여백을 함께 되찾아보자.
<출판사 서평>
잃어버린 내 삶의 여백을 찾아서,
타인의 시간에서 자신의 시간으로 트랜지션 하는 법
영어에는 ‘변화’를 뜻하는 단어가 두 가지 있다. 결혼, 전근, 출산 등 외부 요인에 의한 변화를 ‘체인지(Change)’라고 한다. 반면, 내부 요인에 의한 변화는 ‘트랜지션(Transition)’이라고 하며, 이는 돈 벌기를 가장 우선시하던 사람이 주위 사람을 돕는 쪽으로 바뀌는 것처럼 가치관과 정체성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트랜지션’은 인생을 단번에 바꾸는, 거창한 챌린지가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다시 내일 조금 더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사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 ‘할 일’을 처리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감각을 따라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삶으로의 변화다. 구체적으로는 SNS 속 타인의 삶을 벤치마킹 하지 않는 것, ‘부캐’처럼 여러 정체성을 가지며 자기를 표현하는 것,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런 모든 것이 ‘트랜지션’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시간의 가성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금, 여기’를 온전히 누리는 삶에 관하여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했다.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으로 시계의 움직임을 통해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시간이다. 현재를 중심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직선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몸으로 느끼는 주관적 시간 개념인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이다. 이것은 현재라는 순간, 즉 ‘지금, 여기’에 의식을 두는 시간 개념이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카이로스의 시간’은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시간의 사용 방식이라는 것이다.
숲을 천천히 산책한다.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명상을 한다.
지금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느낀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는다
그리고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본문 중에서)
‘시간의 가성비’로 따지면 저자의 일상은 결코 생산적이지 않다. 하지만 의식의 방향에 따라 그 시간은 풍요로워질 수 있다. ‘카이로스의 시간’ 관점에서 현재는 미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미래의 목적을 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되묻지만, 정작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을 살펴보는 일은 놓친다. 지금이 무슨 계절인지, 내가 몰입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나답다고 여기는지 잊은 채 현재를 단지 연료처럼 소비한다면, 우리는 최소한의 행복도 찾기 어렵지 않을까.
소설 『모모』에서 회색 양복을 입은 ‘시간 도둑’은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그들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만든다. 그러나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며, 시간을 단순히 가성비로만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다면 ‘시간 도둑’은 절대 우리의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 시간이 과거-현재-미래로 나뉜 직선이 아니라, 매 순간 새롭게 순환하는 생명임을 깨닫는다면 내 삶의 시간은 비로소 온전히 나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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