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반
리 매킨타이어
김재경
가짜뉴스 문제는 한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였다. 최근에는 단순 텍스트를 넘어서 딥페이크 기술로 가짜 영상까지 만들어 유포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와 역정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인 것일까? 이 책은 역정보와 가짜뉴스, 현실 부정론 등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왜 역정보가 생성되는 것인지, 역정보를 유포해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지,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데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어떤 책임을 느껴야 하는지, 이러한 선동으로부터 독자 스스로가 지켜나갈 방법은 무엇인지 등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정보의 생성과 전파에 담긴 메커니즘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뿐 아니라 한양대 정준희 교수가 해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역사 부정론’과 탈진실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출판사 서평>
“포스트트루스 시대 진실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인문학 교과서”
가짜뉴스 문제는 한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였다. 최근에는 단순 텍스트를 넘어서 딥페이크 기술로 가짜 영상까지 만들어 유포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와 역정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인 것일까? 이 책은 역정보와 가짜뉴스, 현실 부정론 등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왜 역정보가 생성되는 것인지, 역정보를 유포해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지,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데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어떤 책임을 느껴야 하는지, 이러한 선동으로부터 독자 스스로가 지켜나갈 방법은 무엇인지 등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역정보의 생성과 전파에 담긴 메커니즘이 낱낱이 드러난다. 그뿐 아니라 한양대 정준희 교수가 해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역사 부정론’과 탈진실 문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포스트트루스》 저자 리 매킨타이어가 전하는 ‘진실 도살자’에 맞서 싸우는 법!
언론미디어 전문가 정준희 교수가 덧붙이는 명쾌한 해제와 한국식 탈진실 해법
탈진실 사회, 과학 부정을 넘어 현실 부정으로
탈진실, 즉 포스트트루스(post-truth)란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대다수의 의학자와 과학자들에 의해 안정성을 인정받은 백신이더라도 그동안 백신을 반대해온 사람들은 특수 사례나 극소수 전문가의 반대 의견을 들어 그 백신의 신뢰성을 부정하려 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탈진실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한다. 즉, 진실이 자신의 이익과 상충된다면 수많은 역정보(가짜뉴스나 허위 사실)를 퍼뜨려 무엇이 진짜 진실인지를 알 수 없도록 희석시키는 것이다. 책의 저자 리 매킨타이어는 말한다
“탈진실에 매뉴얼 같은 게 존재한다면 아마 이렇게 적혀 있지 않을까? ‘진실을 말하는 자를 공격하라. 무슨 화제든 거짓말로 둘러대라. 역정보를 꾸며내라. 불신과 양극화를 조장하라. 혼란과 냉소를 유발하라. 그리고 독재자의 말이 곧 진실이라고 주장하라.’ 그렇게 하는 목적은 단지 사람들이 거짓 주장을 믿도록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거짓을 홍수처럼 쏟아내 사람들의 사기를 꺾어버리려는 것이다. 거짓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로운 진실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겨 이를 포기하고 만다.”(17쪽)
이러한 탈진실 현상은 과학 부정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담배 유해 논쟁(담배가 인체에 해로운지 아닌지 법정까지 끌고간 싸움)에서부터 시작해 화석 연료와 지구온난화의 관계, 코로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모두가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며 진실을 숨기려는 역정보로 인해 생겨났다.
하지만 탈진실은 과학 부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과학 부정을 넘어 현실 부정까지 이르고 있다.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을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 무엇인 진실인지 모호하게 만들어 ‘진실 찾기’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과학 부정론과 한국의 역사 부정론
내용의 대부분이 현 시대 미국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인들에게 가장 골칫거리인 ‘과학 부정론’과 ‘도널드 트럼프’에 집중한다. 과학의 권위가 힘을 잃어버린 미국 입장에서는 ‘과학 부정론’이 중요하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해제를 단 정준희 교수는 한국 사회 입장에서는 ‘역사 부정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과학 부정론보다 역사 부정론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을 애써 ‘식민지 근대화’로 포장하려고 하고, 반민주·반인권적인 행보로 결국 시민의 손에 의해 끌어내려진 부패한 권력자들을 ‘자유의 수호자’로서 복권시키려 한다. 이들의 역사 부정론 또한 ‘부정론’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에서 탈진실에 복무한다. ‘이미 확인된 사실’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의’보다 그릇된 신념과 질 낮은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탈진실적이다. 여기서 배격해야 할 것은 비과학적 태도라기보다는 빈곤한 철학과 몰역사적 인식이다.”(155~156쪽)
최근 들어 더욱 역사 인식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국절을 강조하며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행태나 일제시대 강제노역과 위안부로 끌려간 이들을 자발적이었다고 왜곡하는 일, 5·18과 4·3 등 국가권력의 잔인했던 폭력을 인정했던 사회적 합의를 역정보와 가짜뉴스로 뒤덮어 부정하려는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역사 부정론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정준희 교수는 과학 부정, 현실 부정과 함께 역사 부정의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세세하게 짚어본다. 그리고 과학 부정, 역사 부정, 현실 부정을 “탈진실 피자의 서로 다른 조각들”이라고 정의한다.
누가 역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가? 역정보의 창조자와 전파자
이 책의 원제는 “On Disinformation”이다. 우리말로 역정보에 대한 이야기다. 매킨타이어는 “현실 부정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거짓말이다. 오정보misinformation와 역정보disinformation, 즉 평범한 오해에서 비롯된 정보와 선별적 조작을 거친 허위 정보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28쪽)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잘못된 정보인 오정보와 달리 역정보는 명확한 목적에 의해 생성된 가짜 정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정보는 생성자(창조자)의 이익에 복무한다.
그렇다면 역정보의 창조자는 누구일까? 역정보가 단 한 사람에 의해 생성되는 것은 아니니 누구 한 명을 지목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 사회에 만연한 현실 부정에 대한 역정보들은 대부분 정치적 목적에 의해 생성된다. 그리고 매킨타이어는 그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고 말한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는 결과에 불복하고 자신이 실제로는 선거에서 이겼으며, 선거와 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 모두는 대담해진 좌익 민주당 녀석들이 대선 승리를 훔쳐가는 꼴을 지켜보지 않을 겁니다. 네, 코앞에서 훔쳐가고 있다니까요. 가짜뉴스 미디어 역시 과거나 지금이나 도둑질을 서슴지 않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도둑질을 당했는데 순순히 물러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그것도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증거를 몇 개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슬아슬하지도 않은 선거였다니까요”(39~40쪽)
위의 글은 2021년 1월 6일에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건넨 연설 중 일부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고의적인 역정보로 지지자들을 선동했다. 그 결과가 그날 오후에 있었던 미국 의회 의사당 점거 폭력 사태였다. 이 사건은 군중이 미국 의사당을 점거한 최초의 사건이었으며,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비극적 사건이 됐다.
하지만 누가 ‘역정보의 창조자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역정보의 ‘메커니즘’이다. 이것이 어떻게 생성되고, 또 퍼져나가고 대중에게 인식되는지에 대해 매킨타이어는 꽤 많은 공을 들인다. 과학 부정론자들의 추론 전략에서부터(33쪽) 러시아의 역정보의 활용법인 ‘거짓말 소방 호스’와 ‘그쪽이야말로’ 전술(50쪽), 그리고 레거시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역정보 전파자 역할(4장 앞부분)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찰한다.
우리는 역정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리 매킨타이어는 “부정론은 우연이나 실수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 인식론적 살해 행위”이며 “역정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일단 첫 단계로 우리가 전쟁 중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반 개인이 역정보에 맞서 승리하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① 거짓말쟁이에게 맞서라
② 진실을 옹호하고 널리 전파하라
③ 양극화에 저항하라
④ 부정론자들도 피해자임을 인정하라
⑤ 개소리를 무시하라
⑥ 문제를 미래로 미루지 마라
⑦ 나쁜 정보가 확산되는 루트를 막기 위해 노력하라
⑧ 의회가 소셜미디어를 규제하도록 정치적 행동을 취하라
⑨ 이 전쟁에 참여하는 다른 아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⑩ 현실 부정 문제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라
저자는 “진실은 거짓말쟁이가 권력을 잡았을 때 죽는 게 아니다. 진실을 말하는 자들이 진실 옹호하기를 멈출 때 사라진다”고 말한다. 또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진실 도살자들의 정체를 까발리고 적극적으로 비판하자. 그들이 사용하는 전술이 무엇이며 돈줄이 어디인지 밝혀내고, 그들의 거짓말을 믿는 신봉자들을 최대한 많이 일깨우자. 소셜미디어 기업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존재들을 보이콧하자. 거짓을 방송하는 케이블 방송사에 항의하자. 그리고 제발 투표하자”고 외친다.
하지만 이런 유의 문제들은 똑부러지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정준희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본래 이런 난제에는 단칼에 해결이 가능한 해법이 있을 수가 없다. …… 이런 종류의 문제는 흔히 ‘거버넌스goverance’라고 지칭되는 ‘다중주체 간 다중협력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걸 주도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먼저 내놓고 혹시 모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주체는 지식 엘리트, 정치 엘리트, 미디어 엘리트, 기업 엘리트다. 여기에 다양한 비정부 국제기구와 시민 집단이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내야 할 과업은 역정보를 통제하는 것이 거의 모두의 장기적 이익에 복무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에 토대를 두어 사회적 확신을 전파하는 일이다.”(188쪽)
명료하진 않지만 개인이 직접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매킨타이어의 방법과 사회 시스템을 통해 구조적 방법을 모색하는 정준희 교수의 방법, 어떤 것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는 역정보에 맞서는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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