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즈밍
아자부 게이바조,가키하라 도모야,가쓰세 마사히코,기나 지렌
박기옥
현대 사회에서 SNS를 매개로 펼쳐지는 일상과 감정을 다룬 단편 소설집이다. 80~90년대생 신진 작가 4명이 참여한 이 작품들은 인터넷 밈, 인간관계, 익명성 등 현대인들이 SNS를 통해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각 단편은 SNS 속 현실을 통해 성장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출판사 서평>
★ 제9회 ‘여자가 쓴 여자를 위한 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기나 지렌)
SNS에 관한 소설이지만 SNS만 다루는 소설은 아니다. SNS가 취미의 일종이던 시기를 지나 생활 속 기본 요소가 된 시대, 바로 지금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등장인물은 대체로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이 되지 못했다. 이들은 미성숙한 학생이거나 미혼 비정규직 오타쿠거나, 비주류 감성에 빠진 힙스터다. 대부분 내향적이고 소심하며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너도나도 보는 사람이 부끄러워지는 한때의 실수를 저지른다. 소위 ‘흑역사를 적립하는 중’이다.
한데 재미있게도 거대한 불행에 빠진 인물은 없다. 예컨대 그들은 가정사가 복잡하거나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으며, 사회구조적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언제나 ‘나’와 ‘나의 (좁은) 세계’에 집중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말로 SNS 시대 소설의 특징일 것이다. 누구나가 자신만의 공간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올리는 시대. 남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더 고민하는 사람들. 풍요로운 일상 속 작은 상실감..
하지만 개인적이라고 해서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 사람은 오히려 가장 개인적인 것에 가장 공감하기 쉽다. 작가진은 인물의 비굴, 오만, 질투, 온갖 구질구질한 속내를 샅샅이 까발린다. 사실 SNS를 하면서 박탈감 한 번 느끼지 않은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 미묘하고 모호한 감정이 본문에 명확한 언어로 묘사되어 있다. 등장인물의 세상은 한 번씩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 그렇게 제 나름대로 ‘어른’이 되어 가는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다.
어쩌면 미숙하던 과거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철 지난 감수성이고 MZ세대는 ‘그때는 물론 어렸지만 그래도 즐거웠지’라며 자신을 긍정하는 힘을 지닌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이 저자들의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책 곳곳에 담겼다.
틱톡과 유튜브 쇼츠가 넘치고 알고리즘이 알아서 볼거리를 추천해 줄 때 굳이 책이라는 매체를 손에 들었다면 그 자체로 자신만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 아니겠는가. SNS로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으면서도 외롭고 우울한 동시대 한국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소설이다. 자신과 닮은꼴인 누군가가 책 속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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