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원
아만다 피터스
신혜연
★2024년 앤드루 카네기상 수상
★2024년 다트머스 도서상 수상
★2023년 반스 앤 노블 디스커버리상 수상
★뉴요커가 뽑은 2023년 최고의 책
★아마존, 퍼블리셔스 위클리, 하버스 바자, 캐나다 CBC 선정 최고의 데뷔작
★전 세계 16개국 출간 확정
베테랑 필력을 자랑하는 신예 작가, 아만다 피터스의 화려한 데뷔작
어느 날 사라져 버린 네 살배기 소녀
한순간의 선택과 거짓말이 불러온 거대한 비극과 상실
가려진 진실도 막지 못한 가족의 사랑과 용서, 그리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
1962년 7월, 캐나다 노바스코샤에 살던 한 원주민 가족이 블루베리 따는 일을 하기 위해 미국 메인주로 국경을 건너온다. 그리고 한 달 뒤, 그들의 네 살배기 막내딸 루시가 대낮에 사라진다. 루시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여섯 살짜리 오빠 조. 조는 동생을 잃은 죄책감과 상실감에 몇십 년 동안 방황한다.
한편, 메인에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인 노마라는 소녀가 살고 있다. 노마는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아버지와 자신을 과잉보호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그다지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불에 타 사라진 어릴 적 사진, 기억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꿈, 가족들의 어색한 침묵.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노마는 가족에게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이 소설의 배경 중 하나인 캐나다 노바스코샤 출신으로, 실제로 ‘베리 따는 사람’이었던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 가족의 비밀이 또 다른 가족의 고통의 원천이 되는 이 데뷔작은 믿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며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 앤드루 카네기상, 다트머스 도서상 수상 등을 수상하며 영미 문학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앤드루 카네기상 심사위원은 그녀의 문체와 생동감 넘치는 서사를 극찬했으며, 퍼블리셔스 위클리,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앞다투어 서평을 내놓았다.
<출판사 서평>
서두에 과감히 던져지는, 미스터리의 해답
그럼에도 좇아갈 수밖에 없는 몰입감 높은 서사의 힘
조와 노마의 시점이 반복되고, 50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 소설의 구조는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을 다각적으로 나타낸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처음 글을 쓸 당시에는 ‘조’의 시점으로만 서술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순간에 아이를 잃은 사건의 파급 효과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고, 루시가 하고 싶을 말들을 전달하고자 노마, 즉 루시의 시점을 보여 준다. 덕분에 독자들은 아이를 도둑맞은 가정, 납치로 새 가족을 맞은 또 다른 가정의 삶을 르포처럼 따라가게 된다. 조와 노마의 시점으로 상황을 따라가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루시가 곧 노마라는 사실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노마가 루시라는 이름을 되찾기까지의 여정, 그녀를 잃은 조의 가족이 수십 년 동안 잊지도 포기하지도 않은 역사다.
노마가 의심하는 기억처럼 생생한 꿈, 삭제당한 다섯 살 이전의 모든 흔적, 부모에게서 느끼는 미묘한 거리감과 과잉보호는 명백한 진실의 조각들이지만 진실을 쉽사리 깨닫지 못한다. 한편 조의 형 벤은 보스턴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노마를 보고 네 살 때 실종된 루시의 얼굴을 기억해 내 애타게 부르지만, 결국 만남은 성사되지 않는다.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진실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요한 서스펜스이며, 독자는 그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을 기다리며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비극적인 사건의 트라우마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예상치 못한 일로 가족을 잃는 일은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이다. 빈자리의 그늘은 넓어지고 짙어지며,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조는 루시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 모습을 보았음에도 동생을 지키지 못했고, 동네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죽을 때까지 폭행당한 찰리 형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식당하고 만다. 가족의 실종과 죽음으로 아슬아슬하게 무너져내리는 조와 가족의 모습은 슬프도록 현실적이다. 머리로는 현실을 직감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놓을 수 없는 루시의 그림자를 찾아 헤맨다.
한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꿈꾸던 노마는 갑작스럽게 유산을 하게 된다. 앞서 어머니도 자신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어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노마는 다음에 찾아올 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비극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베리 따는 사람들》은 이처럼 비극적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남은 생채기와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되는 은은한 통증을 천천히, 그러나 고루하지 않게 그려 낸다. 저자가 정의하는 슬픔과 분노는 ‘동전의 양면’이다. 조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슬픔을 분노와 폭력으로 표출한다. 그리고 그 행동은 또 다른 후회와 절망을 낳는다. 노마는 슬픔과 분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나치게 방어적인 노력을 한다. ‘가족의 상실’은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사건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것을 온전히 겪고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깊은 감정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를, 끝끝내 서로를 마주해 모든 오해와 거짓을 해소하기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용서와 치유
노마는 자신의 원래 자리와 이름을 되찾기까지 숱한 거짓에 속았다. 부모도, 가장 소중한 존재였던 이모마저도 노마가 새로운 가족과 이름에 익숙해지길 기도하며 진실을 외면했지만, 그 진실은 결국 베일을 벗고야 만다. 늘 느껴 왔던 공허한 사랑의 원인과 진실은 노마에게 그 무게만큼 또 무거운 상처를 건넨다. 그러나 상처를 준 사람들을 끝까지 원망하고 미워하는 대신 되찾은 그 자리에서 더 빛나는 삶을 살기를 선택한 노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조에게 가족은 자신의 전부와 같은 존재다. 비록 씻지 못할 상처를 주고 오래도록 그들에게서 떨어져 지냈지만, 가족이기에 적당한 사죄로 용서받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은 가족이 그만큼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베리 따는 사람들》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아이를 잃은 가족과 한순간의 실수로 데려온 아이를 키운 가족의 상실감, 슬픔의 저류, 분노의 반복과 해소’다. 그리고 모든 오해와 갈등, 분노는 잃었던 조와 루시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뭉근한 사랑을 확인하며 해소된다. 억지로 떼어 낼 수도,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충만한 사랑이 있기에 조의 가족의 삶은 비극적이지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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