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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 에스프리 바른번역 19-08-23 11:20 689

언제까지 '기발함“, ”새로움“으로 SF를 설명할 것인가?
우리에게도 SF를 말하기 위한 언어가 필요하다!

‘SF 불모지’라는 수식어가 단번에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지금 한국은 SF 붐이다. 『개미』에 이어 『신』, 『나무』,『고양이』 등으로 출간되는 즉시 베스트셀러에 그 이름을 올리는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번역 소설 및 한국 소설들이 안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고, 휴고상, 네뷸러상등 SF와 판타지 팬덤에서만 알려진 것이라 생각했던 해외 SF 문학상들이 한국에서도 권위를 가지며 성공적인 마케팅 요소로 편입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말한다. SF는 어렵다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단 독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제 막 일기 시작한 SF의 인기에 더해 신간 리뷰들이 쏟아지지만 이 장르를 설명할 언어가 마땅치 않다. 늘 “새로움”, “놀라움”이라는 수사가 반복된다.

『에스에프 에스프리』는 이제 막 SF 장르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SF를 어떻게,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서 읽으면 좋을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장르 가이드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SF를 읽는 즐거움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적절한 언어를 제공해 준다. 한국에 번역된 SF 장르를 설명하는 대부분 책들이 ‘연대기 순으로 SF를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SF의 새로운 의미를 긷는 데에 한계가 있다. 『에스에프 에스프리』의 해제를 쓴 정소연 작가는 이 책이 “시간적 설명보다는 개념적 설명 방식”을 취하며, 이러한 방식을 통해 “SF라는 장르가 특히 작가와 독자 간의 협상 내지는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해 왔고, 작가와 독자, 때로는 출판사와 시장, 이론가들이 함께한 이 실천공동체들이 바로 오늘날 SF라는 장르를 만들어 온 과정을 여러 작품과 에피소드로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이 포화한 시대, 인지적 소외, 메가텍스트, 사변성, 실천공동체, 가치에 대한 신념, 변화, 가능성의 문학이라는 여덟 가지 개념으로 각 장을 살펴보면서 대표적인 작품에 대한 꼼꼼한 비평을 실었다. 

<출판사 서평>

과학, 인지적 소외, 메가텍스트, 사변성, 팬덤, 신념, 변화, 가능성
SF를 읽을 때 생각하면 좋을 여덟 가지 개념들

『에스에프 에스프리』 1장은 초기 SF 작품이라 할 만한 쥘 베른, H. G. 웰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세계를 비교하고, ‘SF’라는 이름이 전설적인 편집자 휴고 건즈백의 손에서 어떻게 탄생하고 널리 유통되어 정착되었는지 소개한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소설(SF) 장르는, 그 내부에서 변화하는 과학기술 환경과 함께 무엇을 ‘SF’로 볼 것인지에 관한 논쟁이 늘 끊이지 않았다. 1장에서는 이러한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며 여러 실천공동체들의 상호작용이라는 “총체적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은” “그물망”의 형태를 희미하게 보여 준다.

2장 「기술적으로 포화한 사회의 문학」에서는 과학이 SF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핀다. 에디슨이 특허 수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벌인 마케팅 쇼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가져온 충격까지, 과학과 일상의 관계 변화를 보여 주는 당대의 대표적인 예들을 소개하며, 과학기술 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인간 인식에 가져온 충격과 기대가 어떻게 문학에 반영됐는지를 살핀다. 이러한 토양에서 발전한 과학소설이라는 장르는 “상상의 미래나 다른 세상을 창조해 내는 기술을 통해” “인간 행동과 사회구조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와 … 그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3장 「인지적 소외」에서는 SF 비평에서 유명한 다코 수빈의 ‘인지적 소외’ 개념을 다룬다. 수빈에 따르면 “SF란 경험적 세계와의 급진적인 불연속성을 전제로 한 문학”인데 그 불연속성은 현실과의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소설은 “현실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현실에 관한 것”이다. SF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체험과 지적인 자극, 그리고 섬뜩한 느낌 사이를 줄타기하며 소외 현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데, 3장에서는 이러한 장르적 특징을 비평 이론으로 포착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렇게 ‘인지적 소외’라는 개념으로써 세계를 새롭게 보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라는 의미를 SF에 부여한다.

4장 「메가텍스트」는 왜 그토록 많은 독자들이 SF에 진입하기 어려워하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 준다. SF를 이해하기 전에 도달해야 하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SF라는 장르를 떠올리는 순간 일련의 상징들을 함께 생각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과 그가 초기의 작품들에서 발표한 로봇 3원칙(①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②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③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SF 소설과 영화에서 반복되는 외계인 침공이라는 서사 등이 이후 모든 SF의 로봇의 정의와 외계 생명의 특성을 제한한다. 이러한 메가텍스트의 존재는 초심자에게 진입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메가텍스트를 아는 것이 각 작품들이 갖는 “의미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5장 「사변소설」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건즈백이나 캠벨 같은 권위적인 편집장의 기준에 맞춰진 소설이 아닌 다양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출판될 수 있었던 점을 변화의 중요한 계기로 설명한다. 1960년대 영국 《뉴 월즈》편집장이었던 마이클 무어콕이 관심을 기울인 “실험적이고 미학적으로도 복잡하며 사회적으로도 관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SF”가 사변 소설(Specultative Fiction)이라는 개념을 획득하게 되는데, 이들 소설이 ‘과학’과 관계 맺는 방식은 “미래의 발전을 추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그것의 목적을 윤리적으로 논평하기 위해 과학의 언어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는 사변적인 소설로서 SF가 SF 장르의 경계를 흐리면서 “사회문화적 변화”와 “상상력이 풍부한 스토리텔링의 미학”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설명한다.

6장 「실천공동체」에서는 SF 팬덤을 다룬다. SF 팬덤 안에는 다양한 실천공동체가 존재한다. SF 장르는 팬덤과 떼려야 뗄 수 없는데, 휴고상, 월드콘, 팬진 문화 등 SF 산업의 주요 행사 중 일부는 팬덤에서 비롯했을 정도다. PC와 인터넷의 보급은 폭발적으로 팬덤을 형성하는데, 사이버공간이라는 개념과 사이버펑크라는 장르, 그리고 기술이 지배한 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은 이러한 SF와 새로운 기술문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6장에서는 이렇게 각 시대별 팬덤의 양상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7장 「신념의 문학」은 우리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현실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하는 SF 장르의 특성을 통해 사회적·문화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사고 실험으로서 SF의 특성에 주목한다. 이러한 “장르적 세계관의 미학”은 페미니즘, 퀴어, 인종, 민족에 대한 우리의 고정된 사유를 확장시키는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SF의 확실한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조애나 러스, 어슐러 르 귄,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등 여성 작가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으로 신념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음에 집중한다.

8장 「변화의 문학」은 ‘변화’를 키워드로 SF를 소개한다. 앞에서 열거한 일련의 장르적 확장을 겪으면서, 과학소설은 이전의 정의 대부분을 변화시켜야만 했다. “과학소설은 과학과 기술력이 일상에서 구현하는 변화에 반응하는 장르”이자 “인간 존재 조건의 변화에 대한 사고 실험”, “변화하는 철학적 개념에 관한 명상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 “새로운 표현 매체와 미적 이상을 포용하면서 항상 변화”하는 장르이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이 장르가 시작될 때부터 관객과 주제를 위해 리메이크되는 일이 매우 흔했다는 점 때문에 “결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장르이다.

9장 「과학소설성」에서 저자는 과학소설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이제는 SF가 미래를 예측하는 장르가 아니라 “동시대의 현실을 묘사하고 그 현실에 반응할 수 있는 어휘를 제공”하는 장르라는 이해에는 도달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SF의 상상들이 현실도피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답한다. 과학소설이 “우리가 현재 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미래의 결정에 비판적으로 개입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면, 도피하려는 욕구는 망상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SF가 가능성의 문학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16세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연대기, 토론 질문, 참고 문헌까지!
초심자와 마니아를 아우르는 친절하고 지적인 SF 가이드

과학소설이 얻기 시작한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장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얼마나 변화해 왔을까? SF 작가이자 새로운 SF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여러 공모전의 심사위원을 지낸 정소연 작가는 이 책의 해제에서 “SF라는 장르가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과학소설인가’라는 중요하되 다소 소모적인 두 가지 질문에 오랫동안 거듭 답해야 했”던 고충을 썼다. 동시에 “과학소설은 문학 장르이자 예술로서 계보가 있고”, “문학연구의 주제로서의 과학소설에는 확고한 비평과 이론”이 있음을 『에스에프 에스프리』가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 반가움을 표현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문학이론가들의 SF 장르 비평 작업이 시작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영미권과 같이 출판 시장과 독자라는 서로 다른 실천공동체들의 상호작용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리라 예상된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과학 분야 출판 시장의 성장, 과학자와 대중이 만날 기회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질적으로 다양화되었다. 이는 과학기술의 변화가 인간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대중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분명한 변화다. SF와 판타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팬을 보유하고 있는 어슐러 르 귄에 따르면 “물리학이나 천문학에서 역사학이나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우리에게 열린 우주를 제공”했고, SF는 “그곳을 거처로 삼을 수 있는, 지하실에서 다락방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현대적인 문학예술의 형태”이다. 즉, SF는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이슈트반 치체리로나이)”이며, 과학기술과 함께 변화하는 현실에서의 SF는 우리 사회와 문화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에스에프 에스프리』는 항상 변화하는 SF 장르를 탐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 광범위한 개념과 도구를 제공하며 영미 소설을 중심으로 한 SF 작품의 연대표와 각 장에서 다루는 개념들을 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토론 질문과 더 읽어 보면 좋을 참고 문헌 등을 싣고 있어, SF 입문자부터 더 깊이 살펴보고 싶은 이들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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