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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면에 눈뜨는 지식들 바른번역 18-03-05 15:09 193

『이코노미스트』의 생각 도구
‘나는 무엇을 모르는가’

어지러운 네트워크에 한데 엉켜 사는 우리에게 정보, 지식은 타임라인의 ‘공유’와 ‘좋아요’로 걸러진다. 파편화되어 각자의 모바일에 떠도는 이 정보들이 지니고 있는 맥락과 역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면을 내보이기 위해 『이코노미스트』 팀이 팔 걷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가 팩트체크한 세계의 이면에 눈뜨는 지식들』는 서로 관계없어 보이지만 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짧고 굵은 글로벌 이슈를 다뤘다.

가볍고 일상적인 107개의 주제 앞에서 책의 서문은 의외로 소크라테스에서 시작한다. ‘소크라테스의 무지’, 즉 ‘내가 무얼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는 이 깨달음이다. 엮은이 톰 스탠디지(Tom Standage) 『이코노미스트』 부편집장은 미국의 보수 정치인이자 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스펠드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유려한 언변으로 설명하다가 도출한 개념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들(Unkown unknowns)’이란 개념 앞에 골똘히 멈춘다. 꼬아 놓은 논리학 명제 같은 어구지만 생각의 저변, 앎의 근본에 가 닿아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톰 스탠디지는 누가 그 생각의 도구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는지의 여부는 뚝 떼어 놓고 독자들에게 이 개념을 ‘생각-앎의 도구’로 제안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모르고 있습니까?’

책은 계몽적인 태도 대신 이렇게 묻는다. 그리고 네트워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과 밀접한 주제를 던지면서 ‘내가 뭘 모르는 지 아는’ 소크라테스의 무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우리는 무얼 모릅니까? 그리고 우리가 모른다는 생각‘조차’도 안 해 본 것은 또 무엇일까요?’ 무지에 대한 고도의 통찰이다. 그리고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 타임라인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지식들을 잇는 시간, 지식의 맥락을 더듬는 시간을 얻는다. 

<출판사 서평>

보이지 않는 이면,
진실을 들추는 ‘세계 지식’
‘기네스가 생각보다 아일랜드 맥주가 아닌 이유’ ‘뉴욕 시 개똥의 계절별 분포’ ‘왜 어떤 아기의 부모는 3명일 수 있을까?’ ‘성매매 여성들이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이유’ ‘프랑스는 왜 무슬림의 가리개를 금지했을까?’ ‘스포츠에서 도핑을 잡아내기가 힘든 이유’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애정 신이 줄어드는 이유’ ‘하늘은 왜 파랄까…’
책을 집필한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익스플레인 팀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107개의 세계 지식은 그저 알아두면 언젠가는 써 먹을 수 있겠거니, 하는 단편 상식에 머물지 않는다. 아득바득 하나라도 더 알아야 하는, 그득한 정보량이나 다이제스트 지식 꾸러미를 의도하지 않는다. 흘깃 보면 가십성 뉴스로 오해할 수 있는, 시답지 않아 보이는 일상 현상 이면에는 자본주의의 거대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기도 하고, 여성주의 역사가 쓸쓸하게 흐르기도 한다. 또 그곳에서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과학적 진실 앞에 머리가 멍해지기도 하며, 아직도 공고한 국가주의적 편견과 장벽을 실감하기도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고 싶은 옳고 그름의 저울에서 이 현실의 주제들은 꼿꼿이 균형을 잡고 있다. 가볍지 않은 세계의 진실이 수치와 그래프로 치우침 없이 드러난다.
《이코노미스트》가 선택한 ‘세계 지식’은 당위적 주장이라기보다 끝까지 서서 무언가를 직시하기 위한 균형 잡기에 가깝다.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라는 주장 없이,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백인 남성 그룹’의 현실과 이성애자 여성보다 돈을 더 잘 버는 레즈비언 분들의 벌이 통계를 직시한다. ‘성매매 가격’에는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가 새롭게 만들어 낸 지하경제의 풍경을, 또 가십성 국제 뉴스로 소모되곤 하는 세계적 초고층 빌딩에 대해서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욕망과 해당 국가 GDP의 상관관계를 가만히 연결한다. 점점 슬림해지는 배트맨 캐릭터의 체격을 통해서는 순수 예술, 매체로서의 영화가 처해 있는 문화 경제학적 맥락을 꿰뚫는다. 관객이기에 앞서 소비자인 사람들의 욕망, 그리고 최근 디즈니사의 확대 경영과 그 기업의 역사까지… 관객의 취향에 맞춰 변하는 헐리웃 영화의 캐릭터와 플롯에는 문화 경제학적 흐름이 겹쳐 보인다. 독재정권하에서 출세하는 법과 문신을 감추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특유의 위트 있는 결론은 옳고 그름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스며있다. 이 ‘균형’은 외면하지 않고 세상의 진실을 끝까지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이자 힘이다.

섣부른 기대 없이
데이터가 직시하는 현실
꼭지의 각 주제는 독자의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뉴욕타임스》의 ‘디업숏’, 위키피디아의 요약 글, 《월스트리트저널》의 ‘00를 위해 꼭 알아야 할 5가지’ 등의 큐레이션처럼 ‘요즘 독자들’을 향해 애정 어린 말 걸기를 시도한다. 그 범위는 국제 정치, 종교 문화, 박스오피스 경제, 최신의 과학계 흐름을 망라한다. 이 저널리스트들은 네트워크에 몸을 내맡기고 사는 ‘요즘 사람들’의 입장에 철저하게 입각하여 세계 곳곳의 현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꼼꼼하게 큐레이션한다.
또 유로 스타트, 퓨 리서치 센터 등의 통계 기관의 수치와 지난 역사를 엄격한 팩트체커들의 확인을 거친 뒤, 이 질문들과 함께 보여 준다.
[1장 생각의 확장 - 당신이 모른다는 것조차 몰랐던 사실들] [2장 질문의 힘 - 은근히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던 것들]은 세계 곳곳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쌓인 눈 사이로 개똥을 버리느라 눈 녹는 봄에 냄새가 진동하는 뉴욕 시 사람들의 일상, 교통사고 사망자가 특히 적은 스웨덴의 교통 정책 등이 국적을 막론하고 단순한 심성을 지닌 인간의 보편성이나 제도 하나로 확확 바뀌곤 하는 사회의 풍경이 그려진다.
[3장 국가의 안과 밖 - 편견을 버릴 용기와 국경을 넘는 호기심]은 다국적 기업, 글로벌 네트워크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국가 정체성으로 서로를 재단하고 있는 세계 시민들의 ‘국민성.’ 각 국가의 사람들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이라는 이미지를 벗겨내고 국경의 안팎에서 벌어지는 양극화, 여전히 공고한 국가주의적 질서를 엿볼 수 있다.
[4장 빅데이터의 관점 - 숫자와 그래프로 보는 글로벌 경제의 물밑]에서는 좀 더 면밀하게 데이터를 중시한다. 국가마다 다른 진통을 겪고 있는 임대료 통제 정책,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건강 격차를 보여주는 수치인 국가별 수명, 산모의 사망률, 또 세계 인구의 변화 추이 등의 데이터는 지구촌 내부의 뿌리 깊은 격차를 다각적으로 내보인다.
[5장 문화 경제학 - 즐거운 소비 생활과 이면의 흐름]은 소비 생활 앞에서 판단 중지 상황에 처하곤 했던 영화나 박스오피스, 그리고 친숙한 다국적 기업들의 친숙하지 않은 속내, 식민지 시절의 역사가 얽힌 인도인들의 국민 스포츠 등… ‘문화’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 버리고, 무심코 흘러 보냈던 문화생활 속 저변에 흐르는 경제적 흐름을 직시한다.
[6장 테크놀로지의 초입 - 조금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는 비트코인, 코딩, 모바일 사용 시간, 페이스북 포스트 최적의 시간을 유추하면서 변화무쌍한 기술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 놓인 전 지구적 일상을 한 맥락에 펼쳐 놓는다.
[7장 과학적 태도 - 사소하지 않은 과학 상식]에서는 과학계에서 논쟁과 토론으로 사실을 정하는 과정 자체가 상징하는 ‘과학적 태도’, 인간의 삶과 별개로 독립적으로 변하고 있는 지리적 현상, 파란 하늘에 대한 천문학적 상식, 지구의 기원에 대한 빅히스토리적 관점 등이 어렵지 않게, 주요한 부분만을 꼽아 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843년에 창간되어 175년째 발행되고 있다. 식자층의 지지를 받으며 글로벌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이 경제지는 전 세계에서 매주 16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다. 부편집장 톰 스탠디지가 엮은 이 책은 20여 명으로 꾸려진 ‘익스플레인’ 팀의 공력으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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