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번역가로 먹고살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번역이 좋아 시작한 일이었지만, 번역료가 늦게 들어오기도 하고, 일감이 불규칙하게 몰리거나 혹은 잠시 뜸해지는 때도 생겼습니다. 자신의 전공에 맞는 책,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특화하고 싶었지만, 친분 있는 편집자가 이직을 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 할 수 없이 그 분야의 번역을 맡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번역가의 안정적인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서 ‘뭔가 필요하다', ‘뭔가 만들어봐야겠다' 라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번역가에게는 안정적인 일감을, 출판사에는 양질의 번역을”이라는 비전으로 번역가들을 규합했습니다. 결국 8명의 번역가 분들이 뜻을 같이 해 모임성격이 강한 회사가 시작되었습니다. 2주에 한번씩 번역클리닉을 열어 함께 번역을 연구하기도 했고, 술자리에서 친목을 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역시 안정적으로 일감을 수주하고 원고료를 받는 등 번역가들의 작업환경 개선이었습니다. 다행히 평소에 친분이 있던 출판사 편집자분들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이에 바른번역에 모인 번역가들은 양질의 번역으로 보답했습니다.

 

 
2005년 봄, 번역가 13명이 공동으로 백과사전에 버금가는 시리즈물 번역 프로젝트를 완수하였습니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번역가들이 정치, 경제, 역사, 예술, 과학, 스포츠 등 총 9개 분야의 번역을 나누어 맡아 단기간에 대형프로젝트를 완수한 것입니다. 저마다의 전공과 실무경험을 가진 번역가들이 함께 모일 경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절감했습니다. 이제 바른번역은 분야별 번역의 전문화라는 또 다른 목표를 이루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2006년 4월, 첫 번째 보금자리였던 일산구 장항동의 오피스텔을 떠나 마포구 합정동에 공동작업실 겸 사무실을 마련했습니다. 싸구려 월세의 낡은 건물이었지만, 9명의 번역가들이 상주하며 번역도 같이하고 출판사를 상대하는 행정업무도 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이전 기념 파티에는 20여 곳의 거래 출판사 편집자분들이 참석하셔서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분들 대부분은 지금도 좋은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바른번역의 소중한 파트너들입니다.
 
 
 
 
2007년 1월 1일부로 바른번역은 번역가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바른번역(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주주가 이렇게 많은 회사는 처음 본다는 법무사 사무장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그렇게 다시 태어났습니다.
 
   
 
 
바른번역의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가입을 희망하는 번역가들이 계속 늘어갔습니다. 한편, 번역에 만족하신 출판사들도 일을 많이 맡겨 주신 덕택에 신규 회원들도 일감의 홍수에 묻혀 살았습니다. 하지만 급작스런 회원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번역가들의 가입조건이 느슨해서인지 번역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자의에 의해서 혹은 타의에 의해서 바른번역을 떠나게 되는 번역가들도 생겨났습니다. 아무튼 엄격한 회원 가입승인의 절차가 절실해졌고, 교육시스템에 대한 모색도 시작되었습니다.
 
   
 
 
불행히 우리나라 출판번역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번역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분야별로 번역을 전문화하기 위해서는 후배 번역가들을 양성하는 번역 아카데미의 설립이 필요했습니다. 어영부영 번역가로 데뷔하는 분들이 아닌, 전문번역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데뷔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고자 1년여에 걸쳐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 4월에 드디어 번역아카데미가 개설되었습니다. 다행히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해 주셔서 훌륭한 번역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그 위에 번역노하우를 착실히 전수받으신 바른번역 아카데미 사단이 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 3월, 바른번역은 네 번째로 보금자리를 확장이전 하였습니다. 이제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번역가들의 재교육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세미나 개최도 가능해졌고, 다년간 배출된 번역 아카데미 졸업생들의 교류와 새로운 기회모색의 장도 마련되었습니다. 자동화, 표준화가 어려운 출판번역. 하지만 바른번역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번역집단이 되기 위해서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품질관리 및 공정관리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그러한 값진 경험은 오늘날 바른번역의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바른번역은 실력 있는 번역가 집단이 되기 위해서 발전을 계속할 것입니다.